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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이 바닥일때 동화책을 읽어보자.

리치몬4949 2024. 1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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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가 되고 아이를 키우면서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거지?",  "돈은 어떻게 버는 거지?" 등

인생, 재테크, 양육 등 수많은 난관과 고민이 생길때마다 해결방법을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지 항상 고민이었습니다. 

 

내성적인 성격이라 나의 집안일, 나와 관련된 일을 주변사람들에게 쉽게 말하는 것이 '내 얼굴에 침 뱉기 아닐까'라는 생각에 마음속으로만 끙끙 앓고, 내색하지 않았지요. 

 

방향을 몰라 헤메고 있을 때,

뭐라도 해보자는 심정으로 도서관에서 운영하는 '내 아이 그림동화 읽어주기' 수업을 신청했습니다. 

자존감 바닥의 신호, 자기 소개에도 눈물이 그렁그렁. 

책놀이 지도법 수업 첫날,

시간 맞춰 수업에 참여하려니 아침부터 등원준비에 모든 진이 다 빠져 버리고, 

'가지 말까? 갈까? '10번은 고민을 한 뒤, 

버스를 타고 도서관으로 향했습니다. 

 

 '뭐 책 이렇게 저렇게 읽어주라는 수업이겠지... '라고만 생각했는데, 

뭐죠?,,, 자기 소개를 한 명씩 한 명씩 하는데, 따뜻한 위로와 손길을 드리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이유들. 

사춘기인 딸과 대화가 안되서 답답해서 마음 위로 받으려고 왔습니다.
육아가 너무 힘들어서 제 시간 가지고 싶어서 왔습니다. 
아이가 세명인데, 교육비 줄여볼려고 배우러 왔습니다.

 

저 역시 제 인생에 대한 답답한 마음에 신청한 수업이었고, 단지 아이들에게 책을 잘 읽어주는 방법을 배우자,라고 왔는데,  제 이름을 말하자마자 눈물샘이 폭발, 

이유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그냥 눈물이 주룩주룩, 정신없이 자기 소개를 끝내고 밀려오는 부끄러움...

하지만 그 누구도 이상하게 보지 않았습니다. 다들 그 마음 알고 있다고 말하는 듯한 눈빛들. 

 

수업이 시작되고 어린이집 선생님 같은 말투와 표정으로 수업을 진행해주신 강사님. 

너무 따뜻하고 포근한 말투에 2시간이 20분처럼 책에 푹 빠져 수업을 들은 첫날. 

희망 없이 무기력에 빠진 하루하루를 수요일을 기다리게 하는 설렘을 느꼈습니다. 

동화를 읽어주는 말투, 분위기에서 느껴지는 마음상태. 

책놀이 지도 수업은 강사님의 일방적 수업이 아닌, 강의를 듣는 학생들이 모두 참여하여 수업을 진행하는 방식이었는데, 각자 정한 주제로 찾은 책을 소개하며 책을 읽어주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신기하게 책을 읽어주시는 분이

아이를 키우시는 분이면, 어떤 내용의 책도 아기에게 읽어주는 듯한 느낌이 되고, 

연세가 있으신 할머니께서 읽어주시면, 인생의 경험이 묻어있는 말투와 감정이 표현되고, 

늦은 나이에도 원하시는 직업을 가졌다고 당당하게 여러분도 하실수 있습니다라고 해주시던 학생이 읽어주는 책은 어딘가 모르게 자신감이 넘치는 분위기가 되고.. 

읽어주는 사람의 마음과 상황이 책을 듣는 사람에게도 느껴진다는게 너무나 신기했습니다. 

 

단순한 책놀이 지도법이 아닌, 내 감정을 들여다 보는 동화책 읽는 시간

볼로냐 라가치상을 받은 정유미작가의 '나의 작은 인형상자' 

주인공이 자신의 작은 인형상자를 여행하며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 작은 인형상자 밖,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간다는 단순한 그림과 내용이지만, 저는 책 소개를 하며 주체할 수 없는 감정으로 책 읽기를 중단할 정도로 울어버렸습니다.

아니, 난 못 가. 난 아직 가진 게 부족해, 좀 더 쌓고 풍족해지면 그때, 나갈 거야. 
지금 내가 움직이면 모든 게 무너질지도 몰라.

주인공이 선물상자를 등에 가득 쌓아올리고 웅크린 자세로 움직이지 못하는 그림을 보며, 

알 수 없는 두려움과 불안감으로 세상에 나가는 것을 두려워하던 나, 

항상 지금 가진것보다 더 나은 선택, 더 나은 미래만을 쫓으며 현재를 즐길 줄 모르던 내 모습이 동화책 속 주인공 같아서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그림책은 어른에게도 마음의 위로를 준다. 

내 마음이 세상을 두려워하는지도, 꽁꽁 숨어있는지도 몰랐던 나는

동화책을 읽으며 숨겨왔던 마음속 감정을 꺼내어 토닥거려줄 수 있었습니다.

 

희망이 존재할까 의문이 들때, 허허벌판 사막을 걸어서 여행하는 주인공이 포기하지 않고 내일을 또 기다리는 책. 

편식을 많이 하는 아이때문에 속상할 때도, 브로콜리가 주인공이 되어 사랑을 받기 위해 애쓰는 책. 

한국 현대 역사책의 6.25피난민을 떠나는 내용의 책은 절망감이 가득한 상황에서도 또 봄은 오고, 희망을 품고 살아가는 책

 

글보다는 그림이 더 많은 내용을 표현하며, 더 많은 감정을 느끼게 해 준다는 점이 동화책을 꼭 읽어야 하는 이유가 아닐까.

마음이 너무 우울해서, 손가락 하나 움직일 기운도 없는 마음일때 스스로 채찍질 하지 말고, 

동화책 한권 읽어본다면, 그 누구의 위로보다 힘이 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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